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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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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센터 칼럼] 가난한 이들의 푼돈으로 덩치 키우는 은행

 

둘째가 유복자인 한 부모 가장 어머니 임씨는 이번 달 카드 결제금을 막을 길이 없어 답답하다. 결국 연체하고 파산을 해야 하지만, 파산하고 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 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서 법원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한 달 100만원도 안 되는 수급비로 고3 막내딸과 살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생활비와 딸 아이 사교육비를 모두 신용카드로 충당해 온 터다. 임씨가 가진 총 채무액은 약 2500만원인데 이 빚을 정리하자고 카드를 쓰지 못 한다는 건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은행의 패러독스

은행은 돈이 많아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부자와 대출을 받지 않으면 가족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빈자가 있는 경우, 부자에게 대출을 해 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원금을 돌려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도의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돈의 효율성을 따진다면 당연히 빈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맞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는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 즉 원금 회수율이 높은 부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으로 운용해 왔다. 실제 자본은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위험은 거의 없고 안정적인 수익을 쫓는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영미 등 서구와 한국 등에서는 이런 금융시장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회수가 안 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 빈자에게 대출을 해 왔다. 아직 본인 명의 자산이 되지 않은 부동산 매입이라는 담보물을 매개로 거액의 돈을 빌려주기도 하였다. 돈의 효용성과 도의적 차원이라면 이런 은행에게 우리는 노벨상이라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 즉 금융회사는 쉽게 빌려주는 대신 회수율이 떨어질 것을 감안하여 매우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거나 연체가 시작되면 바로 주택을 차압하는 방식으로 대출 영업을 하였다. 덕분에 이자 회수금이 원금의 몇 십 배, 몇 백 배가 되는 일들이 대명천지에 버젓이 벌어졌다. 회수가 안 된 채권들은 “부실”이라는 딱지를 붙여 대부업체나 외부 금융회사에 헐값에 팔아 넘겼다. 주택 담보부 채권들을 모아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만들어 외부 신용평가사로부터 괜찮은 “신용등급”을 받고 증권 회사 등을 통해 파생 상품으로 팔기도 하였다. 부실이 되던 되지 않던 은행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

 

은행의 이런 행태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나 관련 기관이나 정치인들은 오히려 복잡한 금융 공학의 숫자와 로비에 현혹되고 매수되어 부실채권이 될 대출을 해 준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공적자금 즉 천문학적인 국가의 혈세를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돕기 위해 은행들에게 선물로 안겼다. 채권자에게 돌려주고도 남는 돈은 본인들의 성과 보수를 위해서도 사용했을지 모른다. 그것은 알 수 없다. 은행 경영진이나 주주가 아닌 이상.

 

복지 대신 대출을 안겨준 MB 정부

 

지하 단칸방 월세 보증금은 1000만원인데 어떻게 임 씨는 2500만원이나 되는 대출을 갖게 되었을까? 바로 정부의 서민금융 덕분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 등에서 신용대출이 불가한 임 씨에게 정부는 서민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생계비 대출을 지원했다. 실제 임씨는 1000만원의 햇살론을 받아 생계비로 쓰기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5장의 신용카드 결제금 1000만 원을 상환할 계획에 신청했다. 평생 목돈이라고는 만져본 적 없는 임씨는 햇살론 1000만원이 통장에 들어온 날 카드 결제금을 대환하는 대신 그 달의 카드 결제금만 갚고 나머지는 필요한 생활비 등에 나눠 썼다고 상담 중에 토로하였다. 빚은 순식간에 2000만원이 되었고 그 이후로 빚은 야금야금 늘기만 했다. 게다가 그녀는 파산도 거절하였다. 당장 중위 소득의 40%도 안 되는 소득으로 입에 풀칠 밖에 못 하는데 국가도 해당 자치단체 어디에서도 그녀의 삶을 보호하지 않는 이상 그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빚을 일으켜서 생활하는 것 외에는 없다.

 

탄핵과 대선 정국의 혼란한 틈을 타서 지난 4월 17일과 18일 양일동안 대우조선해양에 2조 9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또 쏟아졌다. 이는 지난 2015년 여름 4조 2천억 원에 이어 두 번째다. 부실한 사업체를 법정관리 하여 회생 절차를 밟는 대신 마치 민간인이 하듯 7조가 넘는 국민혈세로 채무 돌려막기하여 부도를 미뤘다. 금융 소비자인 채무자가 빚의 일부를 탕감 받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뭇매를 때리면서 엄청난 국민 혈세로 기업의 채무를 돌려막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 공적 자금 7조는 어디로 갔을까?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댄 민간은행 세 곳과 국책은행 두 곳이다. 현재 민간은행 주주 구성은 모두 절반 이상이 외국계다. 국민이 낸 세금이 결과적으로 외국계 주주들에게 간 꼴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기업 살리고 금융 시스템 위기 막는 것도 중요할 테다. 그러나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 가지고 기득권층 배 불리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가. 오늘도 채무 취약 계층들은 삶을 연명하면서 은행에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 새 정부의 획기적인 금융 개혁과 재벌 개혁을 기대한다.